저질체력으로 떠나는 전국일주 – 9탄 (12일차 ~ 13일차)

12일차 어달해변 – 고포항 (2011-09-17)
누적 주행거리  659.3 km
주행거리  69.4 km
평균시속  14.6 km/h
주행시간

 4:44

비용
택배비  6,000 원
휴대용 펌프  18,000 원
전국지도  4,000 원
계 : 28,000 원

아침 6시쯤 비소리에 개 짓는 소리가 믹싱되어 텐트 밖으로 들려온다.

비는 계속 내리고 멈출줄 모른다.

어영부영 일어나 형들과 같이 모든 짐들을 옮긴다.

해변가에서 길건너 편에 문 닫은 회집앞에 나루터처럼 밖에 비를 피할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일단 비를 피해 아침준비를 한다. 

세명이니까 아침준비 하는 것도 빠르다.

아침이라 해봐야 별것 없이 어제 남은 밥에 라면을 끓여 먹었다.

밥먹는 동안 비는 어느시

효찬형의 자전거는 울릉도에서 일주할때 도로상태가 안좋아 자전걸 살이 나갔다.

그래서 셋이서 같이 근처 자전거포에 수리하러 갔다.

이참에 희열형도 앞 패니어 높이 조절하고

나도 앞짐받이 부분에 브레이크가 가끔씩 잡히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젠 슬슬 이별할 시간이다. ㅠㅠ

소나기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걸 적시듯이 많은 정이 쌓였다.

효찬형이 나보고 맛있는것도 못사주고 아쉽다며 마트에 가서

여행용 식품을 한가득 사줬다.

모자란 경비를 줄여가며 배를 졸라매는 나한텐 이 보다 더 반가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여행하다 보면 주는건 넙죽넙죽 고맙게 받는것도 예의다 ㅎㅎ

마지막으로 셋이서 같이 마트앞에서 기념 사진 찍었는데

왜 내 카메라엔 왜 파일이 없는지 모르겠다.. ㅠㅠ

그렇게 헤어지고 나는 남쪽으로 형들은 북쪽으로 서로 갈길을 떠났다.

친구한테 울릉도산 오징어 부쳐야하니까 편의점 택배부칠수 있는곳으로 찾아 다녔다.

그리고 짐이 되는 모든것들은 다 같이 택배로 부치려고 했는데

포장박스가 없어서 한참이나 박스찾아 다녔다.

그 흔하디 흔한 박스가 왜 편의점에 없는데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리고 헤드가 맞는 펌프도 구매하고

전국지도도 구매하고 한껏 쇼핑한 느낌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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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도 사납게 불어 무거운 짐을 싫은 자전거가 휘청휘청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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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백님의 전국일주 후기 보러가기 클릭)

동해시를 벗어나 삼척시에서 부터 완전 폭풍우를 맞으며 달리다가

어느 한 다리 밑에서 비도 피할겸 잠깐 쉬고 있는데 전국일주 하고 잇는 청년을 만났다.

어, 그런데 자전거 깃발이 왠지 익숙하다. 내가 전국일주 준비하면서 봤던 깃발이 아닌가..

왠지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고

우연이라도 어떻게 이런 우연이 ㅎㅎㅎ

나보다 2살 어리고 대구사람이라고 한다.

이제 4일차인데 둘이 다리 밑에서 처음 만나 30분 넘께 노가리를 까다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갈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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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으며 다니니까 춥기도 하고 사진찍을 여력도 없다.

여기도 뭔 사찰같은데 귀찮다.. 언덕이니까 ㅡㅡ;;

삼척시 지나니까 이쪽 동네는 비가 얼마 오지도 않은것 같다.

비는 안오지만 업힐 다운힐 업힐 다운힐 오르락 내리락 도로가 장난이 좀 심하다 ㅠㅠ

희열형이 오는길에 옛7번 국도 진짜 힘든 곳이 있다며 몇번이고 얘기해준적 있다.

형 말대로 라면 곧 나타날 텐데 하면서 그게 언제 나타나나 생각하면서 달렸는데

그길이 바로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길인것 같다.

높지도 않고 가파르지도 않지만 기복이 너무 심하니까 기에 꺽여 지치고 지쳐간다.

원래는 울진까지 목표였는데 6시반이 되니 날은 캄캄하게 물들고

난 전조등도 없이 위험천만하게 어둠을 헤치며 달리다가

20키로 남짓하게 거리를 남겨두고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지도를 살펴봤다.

여기 근처는 텐트칠 마땅한 곳도 없고 해서 고포항이라는 작은 항구가 지도에 있었다.

지도따라 마을길로 들어 섰는데 사납게 불어대는 바람에 파도도 많이 거칠어지고

해변에선 어떻게 텐트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근처에 작은 마을하나 있었다.

마을에서 정자하나 발견하고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이동네는 차들은 은근 많은데 인기척이 거의 없다.

정자도 바로 산 밑이라 으스스한 느낌에 산에서 도깨비 불이라도 나올것 같았다.

나는 얼릉 밥해 먹고 무서워서 바로 잤다 ㅠㅠ

13일차 고포항 – 영덕(삼사해상 공원)  (2011-09-18)
누적 주행거리  760.4 km
주행거리  101.1 km
평균시속  18.4 km/h
주행시간

 5:28

비용 : 0

새벽부터 사납게 부는 바람이 잠을 깨운다.

바람에 펄럭이는 텐트소리에 밤잠을 설치고 아침에 어영부영 일어난다.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아예 텐트 안에서

어제 해놓은 밥에 물좀 부어 누룽지 탕을 해먹었다.

밥 다 먹고 짐정리 하고 있는데

정자 바로 앞집에 있는 할아버지가 길옆까지 나와서

한참이나 그냥 서서 짐싸는걸 지켜 보고 있었다.

많이 외로 웠는지 말동무가 필요한것 같아

짐 정리 하는 동안 이것저것 얘가 했다.

자전거 얘기부터 해서 이래저래 시간도 빨리 지나

떠날 시간이 되어 10시 40분쯤 출발했다.

어느쪽으로 가냐구 물어본다.

내가 가는 방향 가리키니

‘거긴 고바이가 마이 심할긴데..

내 젊었을 때도 올라가기 힘들었다구..

거기다 그 짐 싣고 어떻게 올라가?’

걱정해주는건 고마웠지만 나 이래봐도 울릉도 돌고 온 사람이에요 ㅎㅎㅎ

마을 바로 나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업힐이였다.

다행이도 얼마 길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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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침부터 이렇게 힘 다 빼고 나니

바람도 많이 부는데 오늘은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 걱정된다.

날씨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사진찍는게 많이 줄어 들었다.

어제 머물렀던 곳의 사진도 못 남긴채 떠나서

이렇게 자그맣게 나마 보이는곳에서 인증샷 찍었다.

거친 파도는 이곳에서도 느낄정도 였고

작은 마을에 다행이도 머물곳이 있어서

어제 밤 이길을 올라오지 않아서 다행이 였던것 같다.

계속 남쪽으로 향해 페달을 힘차게 내 딛는다

가는 길은 그래도 순풍이였다.

가끔 가다가 비오는것 빼곤 별로 힘들진 않았다.

2시 반쯤  어느 한 버스 정류장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비도 많이 오니까

비도 잠깐 피할꼄 그곳에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바로 출발했다.

비는 멈출줄도 모르고 점점 더 크게 내렸다.

비 맞으며 정처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영덕에 도착하고

아직 날도 밝고 하니 좀 더 달리려고 지도 검색해보니

얼마 안되는 거리에 해상공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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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 사건사고 없이 비랑 친구되어 그냥 달리기만 달렸다.

영덕에 들어서니 커다란 대게간판이 많이 보였지만

경비 절약해야 하니 그냥 스쳐 지나왔다.

언젠간 영덕대게 먹으러 내가 다시 내려올거다. ㅋㅋ

삼사해상공원에 도착해서 쭉~ 둘러 보니 야영할 곳도 마련되어 있고

앞에 바로 바다도 보이고 야영하기엔 정말로 좋은 곳이다.

언젠가 다시 와서 지인들이랑 대게 사들고와서 야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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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도 오늘 처음으로 하루 100키로 이상 달린 날이기도 하다.

이 내 저질체력으로 바람과 비의 도움으로 100키로 달리니 은근 성취감이 느껴진다. ㅋㅅㅋ